현예린 기자
hyseong123@nate.com | 2022-11-04 10:40:06
[공감뉴스=현예린 기자] 규제 샌드박스가 국제적 흐름과 단절돼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푸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 중 88%(162건)이 해외에선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불가능했던 사업모델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한국에는 국제적 흐름과는 맞지 않는 규제 장벽으로 인해 시작조차 하지 못한 사업모델이 많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개점휴업 중이던 사업들을 우선 허용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대면 의료’다.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사업은 COVID-19 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지만 한국에선 규제로 인해 사업이 불가능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낡은 법과 제도에 막힌 혁신 사업자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대한상의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약 900일간 규제 샌드박스 민간 접수기구로 활동하며 기업들의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재외국민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 홈 키트(Home-Kit)를 활용해 집에서 성병 원인균 검사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집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 기기 등이 사업의 첫발을 뗐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갈라파고스 규제’를 해결한 사례가 많았다. 자동차 강국인 미국, 독일 등에선 차량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 서비스’, 자율주행차량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3 차원 정밀지도 서비스’ 등이 가능했지만 한국에선 사업이 어려웠다. 또한 자기 차량을 타인과 공유하는 차량 서비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자가용을 활용해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NEMT 서비스는 이미 해외에선 가능한 사업으로 분류됐다.
최현종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팀장은 “규제법령이 많고 이해관계자 반대로 신사업 진출이 어려운 모빌리티, 의료 분야에서 사업자들이 규제 특례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산업이 생겨나고 있는 공유경제 분야에서도 불합리한 규제를 적용받아 샌드박스를 찾은 사례가 다수”라고 말했다 .
특히 신사업을 펼치려는 스타트업 · 중소기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상의 승인과제 184개 중 138개(75%)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신청한 과제였다.
보고서는 최근 대기업의 규제 샌드박스 활용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2021 년 대기업의 비율은 18%대에서 2022년(10월 기준) 32% 대로 1.7 배 가량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방송·통신과 같이 대기업 중심으로 큰 투자가 이뤄지는 산업군에서도 신사업 추진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승인기업,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승인과제 184건 중 41개(22%)에 대한 규제개선이 이뤄졌다. 정비가 완료된 과제는 28개, 일부 법령이 정비된 과제는 13개다. 실증사업이 종료되기 전 선제적으로 규제를 혁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규제혁신 과제에도 규제 샌드박스 관련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대한상의는 규제 샌드박스 과제 22건에 대한 신속한 법령정비를 요청했고 정부는 18건에 대한 개선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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