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예린 기자
hyseong123@nate.com | 2022-09-16 13:49:00
[공감뉴스=현예린 기자] 경상남도 소재 석유정제업체 A사는 최근 늘어나는 재고 때문에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정제마진 회복으로 큰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A사는 유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원유 구매량을 늘리고 설비가동률도 높이는 등 경기 회복에 대비해 왔는데 올 상반기 이후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면서 수요가 줄어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
A사 경영지원팀장은 “유가 상승에 대비한다고 선제적으로 원유 구매량을 늘린 게 오히려 독이 됐다”며 “재고는 느는데 수요는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올해 매출 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영업이익을 흑자로 가져갈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업 재고가 대외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4 일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자료를 발표하고 “지난 2분기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이 18.0%를 기록해 분기별 수치로는 지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 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재고는 경기 변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최근 재고 증가 흐름은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4개 분기 연속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이처럼 분기 기준으로 장기간 재고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7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지난해 2분기 대기업의 재고지수 증감률이 -6.4%에서 올해 2분기에는 22.0% 로 치솟았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1.2%에서 7.0% 로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해 매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제조업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2분기 61조 47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 1030억원으로 증가해 중소기업 재고자산의 증가분을 압도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최근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특수 대응 차원에서 공급을 늘렸고 국제유가·원자재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원자재를 초과 확보해 제품 생산에 투입한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제품 출하가 늦어진 것이 기본 원인”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이슈들인 만큼 글로벌 수요만 받쳐준다면 곧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업들이 기대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한상의는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수요 기반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최근 무역수지 개선, 중장기 수출경쟁력 강화 지원 등 수출 종합 전략을 발표한 만큼 이를 조속히 실행에 옮기는 한편 코세페·동행세일 등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반기 중 마련·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더(The)공감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