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정년은 50세인가 65세인가?

사회 / 유현진 기자 / 2025-10-09 11:18:44
한·일 고용연장 제도의 '15년 격차'

초고령 사회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법정 정년은 만 60세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 나이까지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바다 건너 이웃 나라 일본의 현실은 다르다. 당신의 '현역 생활'을 보장하는 한국과 일본의 제도적 차이,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임금 절벽'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분석해본다.

 

1. 한국의 현실: 법정 정년 60세는 허상, 실제 퇴직은 50세 전후

한국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은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55세부터 64세까지의 중장년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49.3세에서 51.2세 수준으로 조사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23년)

법정 정년과 실제 퇴직 사이에 무려 약 10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노후 준비가 미비한 이들에게 '소득 절벽(The Income Cliff)' 또는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위험한 구간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년까지 근무하는 근로자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퇴직 사유 중 정년 퇴직은 10% 미만에 불과하며, 권고사직,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인 조기 퇴직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고용 시장의 유연성은 낮고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가 고착화된 한국에서는, 기업이 고령 근로자의 높은 임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50대 초반에 사실상 퇴직을 권고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 일본의 사례: 65세 고용 보장은 '선택'이 아닌 '의무'

반면 일본은 「고연령자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에게 65세까지 정년 연장, ② 정년 폐지, ③ 계속고용제도(재고용) 중 하나의 조치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그 결과, 현재 거의 모든 기업(99.9%)이 이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재고용 제도'를 선택한다. 이는 기존 정년(대부분 60)으로 일단 퇴직 처리한 후, 계약직이나 촉탁직 형태로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일본의 고령자는 한국의 중장년층처럼 갑작스러운 소득 절벽에 빠질 위험은 낮다.

 

3. 성공 이면의 그림자: 고용 보장은 '임금 절벽'을 의미한다

하지만 65세까지의 고용 보장이 장밋빛 미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일본 제도의 현실은 '임금 감소'이.

일본 기업이 재고용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임금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고용된 고령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정년 직전 임금의 평균 약 69%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고령자고용안정법」은 계속 고용된 고령자의 임금 등 근로 조건에 대해 별도로 하한선을 두지 않고 노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 역시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고령자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의 결과이다.

 

4. 70세의 새로운 기회: '프리랜서 계약'으로 공백없이 일한다

일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21년부터 기업에게 희망하는 근로자에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노력 의무를 부여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수단이 정규 고용뿐 아니라 '업무 위탁 계약(프리랜서 계약)'이나 '사회 공헌 활동 지원' 등의 유연한 형태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상으로 이웃 일본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중장년층의 '정년 60세'가 단순한 구호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고용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유연한 임금 및 인사 제도 개편이 필수적이다.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중장년층이 퇴직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재취업 교육 및 직무 전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법적 의무 이행을 넘어,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모든 이가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궁극적인 숙제이다.

더(The)공감뉴스 유현진 기자(sppr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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